프랑스 문학 서평

형식적 결혼? 진정한 친구 만들기?

브라더원 2020. 10. 7. 21:55

 어릴 적, 밤에 혼자 잠들기 전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귀신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거기에 있는 거 다 알아!”라고 외치곤 했다. 잠에 들 시간이면 베란다, 옷장, 천장에서 등장하는 커다란 괴물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Lui?』의 남자 주인공도 어린 시절의 나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환영에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고 집착한다. 그는 밤에 혼자 있기 때문에 허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늦은 밤에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결혼’이라는 수단을 해결책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그가 결혼하는 것이 진정한 해답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왜 환영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어느 가을 밤, 그는 퇴근하고 텅 빈 집에 있었다. 그런데 이유 없이 이전에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던 외로움을 느낀다. 갑자기 울고 싶게 만드는, 무거운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누구에게든지 말을 걸고 싶게 만드는, 그런 슬픔에 빠진다. 이를 환기시키기 위해 얘기를 나눌 친구와 지인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어떤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어디나 모두 우울했어. 골목길은 비에 젖어서 번들거렸어. 물의 미지근함, 갑자기 오한이 생기면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드는 그런 미지근함”이라는 독백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비 내리는 쓸쓸한 가을밤이라는 배경 설정과 ‘얼어붙게 만드는’과 ‘미지근함’의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그의 외로움이 한층 더 부각되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누군가와 마주한다. 주인공은 손길을 뻗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환영을 본 것이다. 이를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그는 환영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인다. 주인공은 한마디 대화조차 나눌 상대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현실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무의식적으로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싶다.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말이다.

 

 현재의 주인공이라면, 결혼은 결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나는 법적인 부부의 결합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해”라는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결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더불어, 당장 내일 아내가 될 상대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 그저 자신이 더 이상 밤에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결혼’이라는 수단을 이용하고자 할 뿐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은 누군가와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언제 어느 때든 전화나 만나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전처럼 커다란 고독이 찾아오는 날,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내면서까지 그의 외로움을 채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따라서 주인공에게 결혼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에게는 언제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누군가와 깊은 정서적 유대를 쌓고, 서로의 신뢰를 진심으로 느끼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밤에 혼자 방 안에 있어도 커다한 고독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망상으로 환영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인공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결혼이라는 형식적인 방법보다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들어야 한다.